우리가 코엔지(Koenji)를 알게 된 것은 7월 도쿄아트북페어에 참가하러 그 동네에 머물면서부터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것은 두 번째 방문이었고, 같은 해 3월에도 간 적이 있었다. 첫 방문에선 코엔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아둔하게도 그건 마치 홍대 놀이터를 지나면서 그곳이 홍대인지를 잘 몰랐던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도쿄 진스터 개더링(Tokyo Zinester Gathering)’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운 좋게 우리가 머무는 시기에 열려 당장 주최측에 참여 의사를 전했더니 오라는 답신을 받았다. 행사는 진을 출판하는 릴맥(lilmag)과 독립서점 IRA(Irregular Rhythm Asylum)의 주최로 이뤄졌다. ‘도쿄 진스터 개더링’은 정말 동네의 조그만 행사였다. 아니 말 그대로 ‘개더링’이었다. 유일한 외부 참여자였던 우리의 등장으로 다들 놀란 눈치였다.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낯설음 덕에 서너 시간만 머물렀고 코엔지는 행사가 열린 동네 정도로 기억하며 몇몇 진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서울에 와서야 알았지만 행사가 열렸던 장소가 바로 “아마추어의 반란 12호”였다.

그러고 나서 민중의 집에서 <아마추어의 반란 Amateur’s Riot>이란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를 가졌고 문래동에서는 주인공인 ‘마쓰모토 하지메(Hajime Matsumoto)’와 이번 <FF>에 글을 써준 ‘제레미 할리(Jeremy Harley)’를 만나게 되었다. 우연찮게 코엔지를 경험해서인지 작년에 출간한 마쓰모토 하지메의 책 <가난뱅이의 역습>은 코엔지의 활동을 한 번에 정리해주는 텍스트처럼 읽혀졌다.

두 번째 7월의 방문은 “진스 메이트”라는 도쿄아트북페어에 참가하기 위해서였고, 그 기간동안 제레미와 마쓰모토 덕분에 코엔지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다. 마쓰모토는 잘 알지도 못하는 우리한테 자신의 집을 내 주었다. 제레미는 그 집이 안되면, 다른 집에서 자도 되고, 비록 목욕할 곳이 없지만 “아마추어의 반란 12호” 점에서 잘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는 마쓰모토의 다다미방에서 잘 수 있는 영광을 얻었고, 밤마다 코엔지 동네를 서성이며 가게 주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작품활동을 하고 글을 쓰며 직접 리폼한 옷을 파는 작가인 가게 주인이 있었고, 요일별로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카페이자 주점이기도 한 음식점도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요요(Yoyo)씨가 운영하는 날이라 저녁식사로 “베지 음식(Veggie Food)”을 먹었다.
 
 
코엔지는 한국의 홍대로 소개되기도 한다. 홍대처럼 특이한 가게와 개성 있는 옷차림의 사람들도 많고,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미디어버스도 상수동에 서점을 오픈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소상공 지원센터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익성을 보장한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따지면, 서점은 유망 업종도 아니다. 그런데 코엔지의 점포들을 보면, 돈을 따지는 곳이라기보단 그들만의 놀이 공간처럼 보인다. 늦은 밤까지 열린 옷 가게에선 펑크족 차림의 두 젊은이가 창가에 앉아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코엔지가 젊은이만의 거리라고는 할 수 없다. 이들과 함께 동네 어르신들이 즐겨찾는 길거리 주점도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소품이나 액세서리, 옷 등을 파는 가게, 팬시한 카페뿐만 아니라 헌 옷 가게나 재활용 가구점 등 동네 주민들을 위한 곳들도 있다.

코엔지 공동체와 동네를 말하기엔, 우리의 경험은 매우 피상적이다. 고작 매체를 통한 정보, 며칠 동네에 머물면서 그들과 나눈 술잔과 짧은 대화를 통해 얻은 것들뿐이다. 따라서 다른 이들에게 그 경험을 미뤄 짐작하게 해 동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과장을 보태고 싶지 않았다. 짧지만 강렬했던 코엔지에 대한 이야기는 현지에 살며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훨씬 더 잘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이미 국내 일부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었기에, 이번 글에서는 다른 이들을 통해 고엔지 공동체와 각자의 활동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들 모두는 매우 느슨한 연대를 통해서, 대안적인 삶의 방식과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원고를 써 준 제레미 할리는 도쿄에서 7년 정도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이다. 외국인이 동양권의 언어를 능통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제레미는 코엔지에서 살면서 ‘아마추어의 반란’ 활동의 초기부터 크고 작은 사건들의 목격자였으며, 현재는 그 일원으로 살고 있다. 그가 보내준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코엔지에 대한 자전적인 경험과 공동체를 다루며, 아마추어의 반란 12호점을 운영하는 오쿠라씨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코엔지에 위치한 “아마추어의 반란” 가게들에 관해 소개한다. 제레미의 글과 오쿠라의 말을 통해 코엔지의 공동체 문화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우리와 비슷한 조건 안에서 코엔지 젊은이들이 어떻게 다른 공동체, 다른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글 / 구정연 (미디어버스 에디터)